정시_법학과 08학번 이후창

편견, 자괴감, 절망 모두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입니다.
실재하는 것은 자신, 능력, 그리고 내일의 합격뿐입니다.
이 진리를 잊지 마세요.
수기가 부디 여러분의 재수 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 정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이후창이라고 합니다.
원하던 대학에서 떨어지고, 무거운 마음으로 재수를 시작하던 때가 엊그제 같군요.
지금 재수를 시작하려는 여러분의 심정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재수가 '다시' 하는 것인지, '더 잘' 하는것 인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지난 1년간의 공부 방법을 적어 볼까 합니다.

<논술&면접>
논술과 면접, 이번 정시에서 서울대는 수능을 1차에만 반영했습니다.
2에서차는 논술, 면접, 그리고 내신을 반영합니다. 때문에 논술과 면접이 내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논술의 경우 첨삭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대개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는 관대해집니다. 들어맞지 않거나, 비약이 들어간 논리를 스스로 합리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3자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 특히 전문가의 첨삭은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수업에서의 첨삭이 논제 이탈, 비약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한편 논술에서는 많은 연습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종로학원 정시 수업이 월, 수, 금 격일 단위로 있었습니다. 저는 수업일 사이의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기간에, 전날 첨삭 받은 논제를 다시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정시 파이널 수업 때는 매일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귀가 후, 선생님들께서 첨삭해 주신 대로 글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첨삭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다시 글을 써보는 것. 이것이 논술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의 경우, 정답을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연습을 위해서는 실전과 같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수와 학생의 면담으로 진행되는 면접의 특성상, 혼자 연습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이는 종로의 정시 파이널 강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전처럼 선생님들께서 교수 입장이 되어, 저의 답변에 반문도 하고, 추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모의 면접이 끝난 후에는 총평을 해 주셨고, 저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논술과 면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략적인 방향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수능과는 달리 혼자 공부하는 것이 힘듭니다. 따라서 논술과 면접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도움을 토대로 자신의 공부 방법 등을 설정한다면, 논술과 면접을 통한 합격을 기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영역>
저는 수능 기출 문제 및 평가원 문제를 중시했습니다. 시중 문제집 중에서는 가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거나, 복수 정답의 소지가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언어영역은 기출 문제를 보다 중시 하셔야 합니다. 한편 문제 풀이에 치중할 경우, 점수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럴 경우,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풀었던 문제 중, 틀렸거나 어려운 문제를 복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어에서의 복습이란, 문제를 보면서 '내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풀었는가' 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평소에 이렇게 훈련을 해야 실력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복습이 '의외로' 중요한 영역이 바로 언어영역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수리영역>
수리는 문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전에, 한 가지 문제를 반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다양한 문제집을 풀기 보다는 하나의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렵게 답을 구한 문제, 결국 풀어내지 못한 문제는 오답 노트를 작성하여 계속해서 반복하세요. 한편 수학은 손으로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으로 풀 경우, 검산하기가 쉬워지며, 논리 회로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문제를 연습장에 계산 과정을 적어 가며 푸시길 바랍니다.

<외국어 영역>
기본적으로 영어 단어, 구문ㆍ문법에 대한 암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평소에 공책을 준비하셔서 단어, 구문과 문법을 정리하신 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 시간을 통해서 선생님들께서 설명해 주시는 구문과 문법을 다져 놓길 바랍니다. 설령 자신이 아는 것이 나온다 해도 수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속에서 또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이 진행되므로, 스스로 하는 것에 비해 보다 효율적일 것입니다.
듣기의 경우, 통학 시간과 쉬는 시간을 중점적으로 활용하셨으면 합니다. 듣기는 우선 귀가 뚫려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많이 듣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기존에 풀었던 듣기 문제를 반복해서 들으세요. 그리고 듣기 향상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스크립트(대본)는 보지 마세요. 대사가 눈에 보여서, 자칫 잘못하면 듣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탐구 영역>
사탐은 언어ㆍ수리ㆍ외국어ㆍ사회 네 영역 중 가장 경시받는 영역입니다. 흔히들 단기간에 암기를 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큰 오산입니다. 각각의 한 과목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지만, 네 과목 전체의 비중은 어ㆍ수ㆍ외 각각의 영역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능이 임박했을 때, 탐구 영역에 쫓겨 다른 영역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초기부터 학원에서 나간 범위까지는 예ㆍ복습을 통해 확고하게 다져 둬야 합니다. 사탐 영역 전체를 언ㆍ수ㆍ외 한 영역과 동일한 비중을 두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 수업을 통해 교과 지식 이면에 흐르는 논리 구조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는 굽이 없다. 이는 딱딱한 땅바닥에서는 설 수 없는 구조다. → 강가와 바닷가에 거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곳의 땅은 부드럽기 때문에 빗살무늬를 땅에 꽂은 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한편, 왜 굳이 강가와 바닷가에 거주하였을까. 그 이유는 신석기 시대에 농경보다는 수렵과 어로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사탐 속에는 다양한 논리가 흐르고 있습니다. 수능은 이런 논리 구조를 이용한 문제를 출제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수험생 스스로 찾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수업 시간을 통해 사탐의 논리 구조를 확실히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2외국어>
저의 경우는 한문을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대를 지망하는 분이라면 한문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특기자 전형의 논술 지문, 정시 면접 지문에 한자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말 중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한문을 선택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2외국어는 따로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자투리 시간을 내어 암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책을 따로 준비한 후, 문법, 잘 안 외워지는 단어 등을 정리한 후, 통학 시간에 반복해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한문 문법, 잘 안 외워지는 한자, 부수가 같거나 모양이 비슷한 한자를 공책에 적어서 통학 시간에 틈틈이 넘겨 보곤 했습니다. 제2외국어는 비중도 작을 뿐더러, 이것을 보는 대학 또한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권을 넓히려는 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같은 명문대를 가고자 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평소 생활 및 당부>
재수 생활 때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재주생은 제도에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일탈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계획표를 작성한 후, 그것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건강, 수면 시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잠은 5~6시간은 반드시 잤습니다. 각자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꼭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를 사귀거나 N수생 형ㆍ누나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재수생은 고 3때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젖어 있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괴감은 스스로를 불필요하게 학대하게 됩니다. 너무 외톨이로 지내는 것은 지양했으면 합니다. 물론 주변 사람과의 어울림이 지나쳐서 서로에게 피해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기를 마치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성적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삼수, 사수에 대한 공포가 밀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때까지의 산물은 결과가 아닌 과정일 따름입니다. 11월 수능이야 말로 진정한 성적입니다. 11월 수능 때야말로, 자신이 1년동안 노력한 결과가 그대로 투영됩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편견. 자괴감. 절망. 모두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입니다. 실재하는 것은 자신, 능력, 그리고 내일의 합격뿐입니다. 이 진리를 잊지 마세요.
이것으로 부족한 수기를 마칠까 합니다. 이 수기가 부디 여러분의 재수 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