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대 수시 인문계열 합격자 임윤섭

집중 수업으로 효과적인 면접 준비

서울대를 합격하고 입학한지 이미 5개월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그 때의 희열과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11월 27일 면접날, 시작시간보다 빨리 학교에 와서 학교 앞 ‘자하연’을 거닐며 담담하게 준비한 기억이 난다. 학교 앞에서 학원에서 공부했던 자료집을 다시 보고, 또 보고. 어느 것이 나올지 혼자서 예측도 해 보고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대 수시입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그 당시의 면접 과정과 상황, 그리고 심리적 상황들을 하나하나 풀어가 보려고 한다.

나의 지역 균형 환산 점수는 학원가에서 예측했던 커트라인과 엇비슷했다. 차라리 낮았으면 마음이 편하련만, 점수가 엇비슷했기에 마음을 더 졸였다. 나보다 높은 점수를 가진 친구들도 매우 많았다. 까딱 잘못하면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기에 수능을 마치고 종로학원에 가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면접 준비를 했다. 이곳은 타 학원들과 달리 아침 9시부터 저녁을 먹을 때까지 계속 수업을 진행하였기에 단시간에 준비를 해야 하는 지역균형 면접을 준비했던 나로서는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서는 학원에서 자율 학습도 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잘 이용했던 것도 내가 위험했던 합격 점수를 만회하고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학사에 돌아가서도 그 날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하고, 수업 중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책에 있던 자료들도 틈틈이 봐 두었는데, 그것도 면접을 준비하는 데 있어 효과를 보았다.

또한, 개인적으로 나는 그 날 배웠던 내용들과 모의 면접에서 있었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나의 답변을 매일매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기장에 기록했다. 지금은 시험 이후에 일기를 지웠기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일촌들이 매일 매일의 일기를 보면서 나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기도 하였고, 이렇게 매일매일 써나갔던 일기들을 시험 전날에 천천히 다시 볼 수도 있어서 매우 좋았다. 이 방법은 인터넷을 많이 쓰는 우리들에게 정말 유익하게 대학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편, 수업 중에는 토론 시간이 따로 있었다. 이 토론은 선생님이 중심이 된 토론이 아닌, 진정으로 학생이 중심이 된 토론이었다. 선생님은 토론 중에 정말 수정을 해 주어야겠다는 부분만 수정해 주시고, 나머지는 찬반으로 나뉘어서 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토론 중에 의견이 심하게 갈리고 토론이 격해지기도 했었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면접을 잘 보고,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 나왔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면접 준비반을 하면서 한 번 비디오를 통한 실전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모의 면접은 많이 가졌지만, 자신의 모습을 직접 비디오로 찍어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평가하는 시간은 정말 자신의 면접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쓰일 수 있었다. 비디오 시뮬레이션은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수업 방식만 대학 합격에 도움을 준 것은 아니었다. 같이 수시를 준비하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정보도 공유하고 함께 연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면접 준비를 하면 솔직히 ‘수능도 끝났는데 놀지도 못하고 이게 뭐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준비를 하면서 이러한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기에, 다른 친구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도 경청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잘 밝히는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아 스스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 사이, 결전의 날인 11월 27일이 다가왔다. 이 면접시험 하나가 나의 대학 진학을 가른다는 생각에 긴장도 많이 되었다. 시험 전 날에는 잠도 잘 자지 못했다. 대학 입시에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긴장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이것은 수능을 치기 전에도 내가 계속 해오던 방법이었는데, 이미 합격을 해서 서울대학교 정문인 ‘샤’ 안을 직접 거닐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주입하는 것이었다.(지금은 ‘샤’ 건축물이 있는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다니고 있지만 -_-) 이렇게 계속 생각하니 마음이 안정이 되고, 더불어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시험 당일에는 긴장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조금의 긴장감마저 해소하기 위해서 시험 보는 장소 앞에 있는 ‘자하연’을 거닐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있게 될 시험실은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그 시험실 앞 복도를 거닐며, 조금 있다 내가 걷게 될 모습을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조금 뒤 한 시험 대기실에 면접 보는 학생들이 모였고, 순서를 임의로 정해 주었다. 나는 세 번째 면접자로 선택되었는데, 이에 만족했다. 시험대기를 길게 할수록 그만큼 힘이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둘러보았는데, 모두가 긴장된 표정들이었다. 나는 여기서 그들이 나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경쟁자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긴장하고 있던 학생에게 말도 걸어보고,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서로 격려해 주었다. 드디어 시험 준비실로 갔다. 그 곳에서 10분 동안 영어로 적혀 있는 지문을 해석했었는데, 이미 긴장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지문 해석이 잘 되었다. 10분 후, 입실하여 자신감 있게 하자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면접관 앞에서 정말 당당하게, 내가 해석한 것을 믿고 답을 했다. 이런 당당함에 교수님들도 웃으셨고, 나의 자신감은 더 커졌다. 면접 시간 10분이 채 되기 전에 교수님들은 질문할 것이 없으셔서 면접을 끝냈다. 개인적으로 후회 없는 면접을 보았다고 생각했기에,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12월 11일, 서울대학교 입학처에서 발표를 했다. 그런데 발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합격자 발표를 해서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매우 졸였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조심스럽게 입력하고 합격임을 확인하는 순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내가 고생하고 노력한 것들과,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신경 써 주신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 생에 이렇게 기쁜 날은 또 없었다.

서울대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고 3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야 그 결과도 좋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정신적인 부분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하면, 정말 긴 레이스인 대학 입시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입을 앞둔 후배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 조금의 자만심을 가져 당당하게 기나긴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길 바란다.